인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 공표 10주년, 평화를 법으로 만드는 길 –

 

2016년 3월 14일,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eclaration of Peace and Cessation of War, 이하DPCW)’이 공표되었습니다. 이 문서는 전쟁과 갈등이 반복되는 국제 환경 속에서 전쟁 예방과 분쟁의 평화적 해결에 관한 공동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제안되었습니다.

DPCW는 전쟁으로 수많은 청년들이 희생되는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습니다. 단순히 분쟁을 사후적으로 관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갈등을 구조적으로 예방하고 협력을 제도화하는 방향을 담았습니다.

공표 이후 10주년을 맞이한 지금, 꾸준히 이어져 온 지지와 참여는 DPCW가 제안한 기준의 실행 기반을 크게 넓혀왔습니다.

 

DPCW 10조 38항 공표식 (2016. 3. 14)

 

전쟁 경험에서 시작된 HWPL

HWPL은 전쟁으로 희생되는 생명을 보호하고 지속 가능한 평화 질서를 구축하기 위해 설립된 국제 평화 NGO입니다.

설립 배경에는 이만희 HWPL대표의 전쟁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6·25 한국전쟁에 학도병으로 참전해 전쟁의 참상을 직접 겪었습니다. 더 이상 젊은 세대가 전쟁으로 희생되어서는 안 된다는 신념은 HWPL 설립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이후 HWPL은 정치·종교·시민사회를 연결하는 국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국제법 제정 논의, 평화교육, 종교 간 협력 활동을 이어왔습니다. DPCW는 이러한 노력의 연장선에서 마련된 국제 규범 제안입니다.

 

HWPL 9·18 평화 만국회의와 국제적 공감대

DPCW의 출발은 2014년 9월 18일 서울에서 열린 ‘HWPL 9·18 평화 만국회의’였습니다. 152개국 1,933명이 참석한 이 회의에 전·현직 국가원수, 정부 관계자, 종교지도자, 국제법 전문가, 시민사회 대표들이 함께했습니다. 회의에서 제기된 핵심 문제는 분명했습니다. 분쟁이 발생한 이후의 대응만으로는 전쟁의 반복을 막기 어렵다는 점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갈등을 예방하고 협력을 제도화할 국제적 기준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되었습니다. 2015년 HWPL은 세계적 국제법 전문가들로 구성된 ‘HWPL 국제법 제정 평화위원회’(HWPL International Law Peace Committee, 이하ILPC)를 발족했습니다. ILPC는 국제법적 검토와 협의를 거쳐 10조 38항의 DPCW를 완성했고, 이는 2016년 3월 14일 공식 공표되었습니다.

 

HWPL 국제법 제정 평화위원회(ILPC)

 

DPCW의 핵심 내용

DPCW는 전문과 함께 10조 38항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기존 국제법의 기본 원칙을 토대로 하되, 전쟁 예방과 협력 구조 강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명문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DPCW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포함합니다.

  • 무력 사용에 대한 국제적 기준 정립
  • 분쟁의 평화적 해결 절차 명문화
  • 국제 협력 및 집단 안보 원칙 강화
  • 종교의 자유 보장과 종교 간 협력 촉진
  • 평화문화 확산과 시민 참여 확대

DPCW는 기존 국제법 질서를 대체하려는 문서가 아닙니다. 이미 합의된 국제법 원칙이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보완하고 강화하는 데 초점을 둡니다.

또한 국가 중심의 법적 틀을 넘어 종교계와 시민사회 등 다양한 주체의 역할을 포함함으로써 국제 규범의 실행 기반을 넓히려는 점에서도 의미를 갖습니다.

 

확산과 축적의 10년

DPCW 공표 이후 국제기구와 각국 의회 차원의 지지가 이어졌습니다. 범아프리카의회(PAP), 중앙아메리카 의회(PARLACEN), 라틴아메리카·카리브의회(Parlatino) 등 여러 지역 의회가 지지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최근에는 파라과이 하원의회, 도미니카공화국 상원의회, 남수단 국회 등에서 DPCW 지지 결의안이 채택되었습니다.

시민사회 차원에서도 확산이 이어졌습니다. 178개국에서 약 90만 건의 시민 지지가 모였습니다. 이는 국가 외교 차원을 넘어 시민사회 기반의 규범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습니다.

이러한 흐름은 DPCW가 단순한 선언에 머물지 않고, 국제사회와 시민사회의 논의 속에서 점진적으로 현실적 규범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전쟁의 시대를 넘어 평화를 법으로 만드는 길

인류는 오랜 시간 갈등이 발생할 때마다 전쟁을 통해 이를 종결해 왔습니다. 힘의 우위가 질서를 결정하는 방식을 반복해 왔습니다.

문명적 전환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데 있습니다. 갈등을 전쟁으로 해결하는 방식에서 법과 합의, 절차와 협력을 통해 해결하는 방식으로 전환하는 것입니다. 갈등은 사라지지 않지만, 그 해결의 수단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DPCW는 무력 사용의 기준을 명확히 하고, 분쟁 해결 절차를 규정하며, 종교와 시민사회의 역할을 제도 안에 포함시켰습니다. 이는 갈등이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시도입니다.

지난 10년은 이러한 제안을 국제사회에 확산시키고 제도적·사회적 기반을 축적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이 축적을 더욱 공고히 하는 일입니다. 갈등이 전쟁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국제 규범을 강화하고, 국가와 사회가 그 책임을 공유하는 구조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인류는 어디로 가야 하는가?”  

전쟁을 갈등 해결의 수단으로 용인하는 것이 아니라, 평화를 구조화하고 제도화해 나가는 방향입니다. 갈등은 피할 수 없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전쟁으로 이어지도록 방치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기준을 선택할 것인지는 인류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DPCW는 그 선택을 국제 규범의 형태로 구체화하려는 시도이고, 지난 10년간의 논의와 공감대 확산은 그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남은 질문은 하나입니다. 이 기준을 현실의 질서로 만들 것인가, 아니면 또 하나의 선언으로 남겨 둘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