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틀랜타 특집] ‘틴 테이크오버’에서 ‘피스 테이크오버’로: 총성 대신 대화를 선택한 애틀랜타

청소년 무단 점거로 몸살 앓던 애틀랜타, 지역사회가 함께 찾은 해법은 평화교육이었습니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는 최근 ‘틴 테이크오버(Teen Takeover, 청소년 무단 점거)’로 불리는 신종 청소년 문제로 몸살을 앓아왔습니다. 보호자 없이 청소년들이 대규모로 특정 장소에 모이며 크고 작은 총기사고와 안전사고로 이어지는 사례가 반복됐고, 지역사회는 오랫동안 근본적인 해법을 찾아왔습니다. 마침내 애틀랜타의 인사들이 도달한 결론은 다름 아닌 ‘평화교육’이었습니다.

 

총성이 아닌 대화가 필요하다: P.L.A.Y의 시작                   

2023년 9월 18일 평화 만국회의 기념행사에서, 애틀랜타 지역 인사들은 반복되는 총기사고 등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역사회에 평화문화가 필요하다는 데 뜻을 모았습니다. 오랜 논의 끝에 인사들은 스스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HWPL 평화교육을 기반으로 한 청소년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Peace Leadership Academy for Youth, 이하 P.L.A.Y)를 함께 개발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2024년 시작된 이래 2026년 현재까지 3년째 이어지고 있으며, 그중 샤일로 고등학교는 방과후 동아리 형태로 꾸준히 협력해 왔습니다. 특히 2026년에는 학생들이 프로그램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하는 단계로까지 성장했습니다. 이 동아리를 이끄는 P.L.A.Y 동아리장은 인터뷰에서 “세계평화는 우리가 미래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며, 이는 샤일로 고등학교 P.L.A.Y 동아리에서 시작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보기 ▶ HWPL과 미국 조지아주 샤일로 고등학교, 평화교육 리더십 아카데미 동아리 출범

 

샤일로 고등학교 방과후 동아리

 

청소년 평화 리더십 아카데미(Peace Leadership Academy for Youth, P.L.A.Y)

P.L.A.Y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지역에 맞춰 기획된 청소년 평화교육 프로그램입니다. HWPL 평화교육을 바탕으로 운영되며, 청소년들이 평화의 가치와 정신을 배우고 평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습니다. 또한 조지아주 내 학교 폭력 문제 해결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6월 애틀랜타 청년 평화 서밋, 7개 지역 거점에서 보여준 변화

2023년 한 차례 논의에서 시작된 평화교육은 3년 만에 애틀랜타 전역으로 확산되었습니다. 지난 6월 열린 ‘애틀랜타 청년 평화 서밋’에서는 P.L.A.Y 프로그램을 통해 총 7개 지역 거점(hotspot)에서 3주간 평화교육이 동시에 시행되었습니다. 여기서 거점(hotspot)이란, 이 기간 평화교육이 집중적으로 운영된 지역 내 협력 단체를 뜻합니다.

한 거점에서는 카운티 내 ‘지구촌 전쟁종식 평화 선언문'(DPCW) 결의안 체결 당시 발제를 맡았던 청년들이 직접 평화교육을 시행했으며, 이번 특집 기사에서 소개한 스파르타 보이즈 앤 걸즈 클럽, 프레센시아, 갱 폭력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MAGV), 팔메토 조지아 메인 캠퍼스 등의 거점 역시 그 확산의 한 축을 이루었습니다.

비록 짧은 기간이었지만 거점에서 평화교육의 가치를 배우고 경험한 학생들과 교사들은 일상에서 평화를 실천할 구체적인 방법을 익혔고, 하나씩 실천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들은 지역사회에 평화교육의 필요성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이번 기사에 담긴 인터뷰는 지난 6월 열린 애틀랜타 청년 평화 서밋의 7개 거점 중, 평화교육이 활발히 시행된 현장에서 직접 진행되었습니다. 앞서 소개한 세 거점의 이야기에 이어, 팔메토 조지아 메인 캠퍼스에서 만난 학생들의 생생한 반응도 함께 담았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① 텔리 엑스 — “청소년에게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이해”

P.L.A.Y를 통해 지역 청소년들을 만나온 현장 리더들은 평화교육이 한 번의 참여로 끝나는 캠페인이 아니라, 실제로 행동 양식을 바꾸는 지속적인 프로그램이라고 입을 모읍니다. 그중 대표적인 인물이 스파르타 보이즈 앤 걸즈 클럽 거점에서 P.L.A.Y 프로그램을 진행한 텔리 엑스 씨입니다. 그는 처벌보다 이해에 기반한 접근이야말로 청소년을 실질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으며, 그가 배운 평화교육이 틴 테이크오버 문화 자체를 바꿀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스파르타 보이즈 앤 걸즈 클럽

 

텔리 엑스, 조직 화해 및 지역사회 협력 기구 대표

평화교육은 시간이 지나면서 틴 테이크오버 같은 모임의 문화 자체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고 믿습니다. 대부분의 청소년들은 유대감과 소속감, 삶의 목적을 찾고 있습니다.

 갈등 해결, 감성 지능, 책임감, 리더십을 가르치면 청소년들은 격앙된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하기 시작합니다. 감정적으로 반응하거나 부정적인 영향력을 따르는 대신, 갈등을 완화하고 또래들 사이에서 긍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우리의 목표는 잠재적인 혼란을 하나 됨과 존중, 공동체를 위한 기회로 바꿀 수 있는 젊은 리더 세대를 만드는 것입니다.

그가 말하는 문화 변화는 청소년 개개인의 선택에서 시작해, 청소년을 둘러싼 관계 전반으로 확장됩니다. 특히 그는 평화교육이 청소년과 경찰 사이의 오래된 불신을 허무는 다리가 되고 있다고도 말합니다.

평화교육은 양쪽 모두에게 이해의 기회를 만들어줍니다. 많은 청소년들은 그동안의 경험으로 불신을 갖게 됐고, 반대로 많은 경찰관들은 이 청소년들이 매일 마주하는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화교육은 대화와 관계 형성, 상호 존중을 위한 안전한 공간을 만들어줍니다.

 청소년과 경찰이 서로를 경계대상이 아닌 한 사람의 인간으로 바라보기 시작할 때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합니다. 치유는 소통과 이해, 책임감에서 시작되며, 평화교육은 이 세 가지 모두를 위한 토대를 제공합니다.

그는 결과를 눈으로 확인하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겠지만, 이 평화교육에 쏟은 청소년들의 노력과 헌신이 자랑스럽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삶에서 겪어온 변화를 근거로, 이 활동이 반드시 자신의 공동체에 지속적인 변화를 만들어낼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현장의 목소리 ② 케이티 가르두노 — “폭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다”

라틴계 청소년 공동체 프레센시아 거점에서 P.L.A.Y 프로그램을 진행한 케이티 가르두노씨는 프로그램을 통해 ‘용서’와 ‘갈등’에 대한 자신의 관점이 달라졌으며, 특히 폭력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더 깊이 깨닫게 됐다고 말합니다.

 

프레센시아

 

케이티 가르두노, 프레센시아 프로그램 책임자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용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때였습니다. 용서란 상대방의 행동이 괜찮았다고 말하거나 그 행동을 정당화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그보다는 자기 자신을 위해 평화를 찾고, 그 상처를 평생 짊어지지 않기로 선택하는 것이라는 사실이 용서를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한 일로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P.L.A.Y 프로그램 이전에는 갈등이란 양측이 대화를 나누고 함께 해결책을 찾는 것으로 주로 해결되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지금도 소통이 중요하다고 믿지만, 이제는 갈등을 만들어내는 더 큰 시스템에 대해 생각하게 됐습니다. 개별적인 갈등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그 시스템 자체를 해체해 근본 원인을 다뤄야 한다고 봅니다.

또한 청소년 폭력의 원인에 대한 이해가 깊어졌다고도 전했습니다.

폭력은 사람이 본래 타고나는 것이 아닙니다. 제한된 자원과 지원 속에서 자라나고, 갈등에 대응하는 다른 방식을 접할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뿐입니다. 그래서 주변에서 보이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 면에서 그들은 애초에 앞에 장애물이 가득 놓인 시스템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이 청소년들에 대한 제 생각을 바꾼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 청소년들과 함께 일해왔기에 이미 그들이 공감과 이해를 받을 자격이 있다고 믿고 있었습니다. 다만 그 믿음이 더 확고해졌습니다. 이들은 본래 폭력적인 아이들이 아닙니다. 단지 도움이 필요하고, 지금 받지 못하고 있는 다른 형태의 지지가 필요할 뿐입니다.

애틀랜타의 미래에 대해서는 이렇게 전망했습니다.

애틀랜타의 또래 전체가, 그리고 더 어린 세대까지 모두 평화교육을 받는다면 애틀랜타는 더 평화롭고 연결된 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화교육은 청소년들에게 소통하고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를 줍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위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청소년들이 느끼는 것 자체가 강력한 힘을 갖습니다. ‘아, 나는 중요한 존재구나’라는 걸 깨닫게 되니까요.

 저는 다른 도시의 청소년들에게, 평화교육은 공동체 안의 평화를 만드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자기 자신 안의 평화를 찾는 일이기도 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개인의 평화는 종종 공동체 평화의 토대가 됩니다.

 

현장의 목소리 ③ 테케시아 쉴즈 — “청소년만이 아니라 가정이 함께 들어야 한다”

갱 폭력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MAGV) 거점의 대표 테케시아 쉴즈씨는 문제의 뿌리를 청소년과 보호자 사이의 소통 단절에서 찾았습니다.

 

갱 폭력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

 

테케시아 쉴즈, 갱 폭력에 반대하는 어머니들의 모임 대표

저는 보호자를 포함한 지역사회가 우리 청소년과 청년들의 목소리에 충분히 귀 기울이지 않는다고 느꼈습니다. 그것이 바로 틴 테이크오버가 발생한 이유였습니다. 그래서 저희 프로그램은 부모 대상 책임교육을 함께 진행했고, 이 교육을 받으며 더 명확한 소통을 지지하게 되었습니다.

보호자를 향한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그는 청소년 개개인에게도 스스로를 돌아볼 것을 당부했습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이렇게 전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전 세계 청소년들에게 말할 수 있다면, 저는 ‘자기 주도성’이 중요하다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무엇이 나에게 영향을 주고 있는지, 그리고 긍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기로 하는 결정에 무엇이 영향을 주는지 스스로 생각해보라고요.

 

현장의 목소리 ④ 학생들 — “못되게 구는 것보다 악수 한 번이 더 쉬웠습니다”

팔메토 조지아 메인 캠퍼스 거점에 참여한 학생들의 변화는 더욱 구체적입니다. 폭력의 무의미함을 깨달은 학생부터 평화의 의미를 새롭게 정의하게 된 학생까지, 이들의 목소리는 평화교육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줍니다.

 

 

데이먼 피어슨, 조지아 칼리지 파크 직업학교 학생

제가 배운 교훈들이 제 공동체와 나눌 수 있는 값진 정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게는 하나 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겉모습 때문에 배제되지 않고 실제로 축구를 즐길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도 정말 즐거웠습니다.

 이곳은 저에게 언제나 다른 사람을 먼저 생각하는 법을 가르쳐주었습니다. 거리에서 벗어나 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가면서, 폭력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누군가에게 단순한 악수를 건네는 것보다 오히려 못되게 구는 데 더 많은 노력이 든다는 것을요.

 

 

나오미 워드, 학생

이 프로그램을 하기 전에는 평화란 그저 아무도 싸우지 않는 상태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평화가 다른 사람을 친절하게 대하고, 남의 말에 귀 기울이며, 문제를 존중하는 방식으로 해결하는 것까지 포함한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가 비록 어리지만 제 말과 행동이 변화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습니다. 저는 리더가 될 수 있고, 옳은 일을 위해 목소리를 낼 수 있으며, 다른 사람들이 긍정적인 선택을 하도록 격려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자카일라 반스, 조지아 페어번 글로벌 임펙트 고등학교 학생

평화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에는 틴 테이크오버가 재미있고 흥미로워 보였지만, 보호자 없는 청소년들이 모이면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느꼈습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은 평화를 이루는 다양한 방법과 그것을 친구, 가족 등 주변 사람들과 나누는 방법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였습니다. 이 프로그램은 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이 저에게 영향을 준다는 것을 알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이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결국 부정적일지 평화로울지는 제가 선택하는 것이라는 걸 배웠습니다.

 

 애틀랜타가 보여준 것

2023년 반복되는 총기사고를 직면하며 시작된 움직임은 3년 만에, 학생과 부모, 경찰과 청소년이 서로를 이해하는 하나의 지역 운동으로 성장했습니다. 2026년 6월, P.L.A.Y 프로그램을 통해 7개 거점에서 시행된 평화교육은 일회성 캠페인 참여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실질적 변화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는 평화가 일상에 뿌리내린 애틀랜타의 5년 후, 10년 후를 기대하게 하는 희망의 씨앗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