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기자단 청년들의 역사 산책

 

10월의 어느 주말, 누구보다 당찬 걸음으로 전쟁기념관 로비에 들어선 3명의 청년들. NGO단체인 국제청년평화그룹(IPYG) 평화기자단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태진(28), 황도희(24),유신아(27) 씨다. 지난 8월 평화기자단 출범 기념으로 찾은 이후 2개월 만에 다시 찾게 된 전쟁기념관. 무엇이 이들을 이곳으로 이끌었을까?

왼쪽부터 김태진, 황도희, 유신아 씨.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평화기자단의 공식 활동은 전쟁기념관에서 시작됐다. 2018년 8월 출범한 이후, 탐방 장소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역사와 평화를 가장 가까이서 느낄 수 있는 곳인 동시에 SNS, 지인들의 후기와 추천이 가장 많았기 때문이다. 선택은 탁월했다. 전시실 관람, 관람객 인터뷰 등을 진행하며 역사와 평화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그때, 기자단은 전쟁기념관 재방문을 기약했고, 그 약속을 지켰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기자단이 두 달 만에 이곳을 다시 찾은 이유였다.

평화기자단 팀장인 황도희 씨는 “우리가 역사를 기억하고 관심을 가져야 부끄럽지 않은 미래를 맞이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주체는 청년들이 되어야 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전쟁기념관은 멀게만 느껴졌던 역사를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예요.”라며 “우리가 전쟁기념관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SNS 등을 통해 알린다면 지금보다 많은 청년들이 역사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지 않을까 기대도 되고요.”라고 소신을 밝혔다. 개인적인 관람까지 포함하면 여러 번 다녀간 전쟁기념관. 하지만 이들은 해설사와 함께한 이 날 관람이 유독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해설을 통해 전시실의 전시 순서부터 전시 유물, 전시 방법에도 모두 이유가 있고, 이 모든 것이 조화 롭게 융합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김태진 씨는 “군대도 다녀왔고, 평소 역사에 관심도 많았기에 6·25전쟁에 관해서 알 만큼 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산이었죠. 해설을 통해 들을 수 있었던 전쟁 속 수많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금의 자유와 평화가 그냥 지켜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역사를 배우는 것에서 나아가 호국영령들에 대한 감사함과 미안함으로 가슴이 뭉클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라고 전했다.

국제청년평화그룹은 국제 NGO (사)하늘문화세계평화광복(HWPL)의 산하단체로 전 세계에 111개 지부를 두고 있다. 한국의 평화기자단은 ‘다양한 방법으로 평화를 실현하자’는 국제청년 평화그룹의 취지를 살려 평화의 중요성을 한국 청년들에게 널리 알리기 위해 서울·경기지부에 서 출범했다.

 

역사를 마주하면 솟구치는 특별한 힘

6·25전쟁실을 관람하던 중 기자단의 시선이 모두 한곳으로 향했다. 인천상륙작전 4D체험관 벽면에 그려진 ‘팔미도등대’였다. 인천상륙작전 당시 유일하게 어둠을 밝혀주는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 이어지자, 일제히 “아~”하는 탄성을 내뱉었다. 칠흑 같은 어둠 속 등대의 빛 한줄기에 의지해야만 했던 급박한 상황이 머릿속에 그려지는 듯 짧은 침묵도 이어졌다. 김태진 씨와 유신아 씨의 대화가 침묵을 깼다.

“인천 앞바다는 섬과 돌이 많아 낮에 진입하는 것도 어려움이 있다고 알고 있는데, 위급한 상황 속에서 어두운 밤중에 진입을 시도해야 했던 상황이 팔미도등대를 통해 더 극적으로 느껴져 만약 그 등대가 없었다면 이후 상황이 어떻게 됐을지, 상상만 해도 끔직해.”
“맞아. 그렇게 목숨을 걸고 나라를 지킨 이들이 있는데, 조금이나마 불만을 가졌던 나 자신에게 부끄러움이 느껴져.” 그렇게 그들은 관람 내내 역사를 과거가 아닌 현재에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로 여기며 전시와 해설에 집중했다.

관람을 마치고 전시실을 나서는 길, 이들은 또 다른 계획을 하나 세웠다. 격주로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주제별로 전시실을 둘러보고 그 내용을 함께 공유하는 것.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지만 꼭 완수하고 싶다.”는 이들의 말에서 그 확고한 의지가 느껴졌다. 유신아 씨는 “오늘 관람을 통해 ‘자유는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말이 더 마음속에 와닿았어요.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이 자유가 수많은 선조들의 노력과 희생에 의해 가능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될것 같아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청년들도 이 사실을 오래도록 기억하길 바라요.”라고 밝혔다.

대학생, 직장인 등 평범한 청년의 삶을 사는 이들이지만, 역사와 평화를 마주하면 무엇인가 특별한 힘이 솟구친다는 청년들. 한 사람의 노력이 더 많은 이들에게 전해져 모두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희망한다.

 

출처: story & memorial Vol.154 November 12 13 (다.시.찾.는 전쟁기념관)
글. 편집실 / 사진. 신주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