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재 7과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

섹션 1. 희생
현대 인권 의식을 이루는 바탕 중 하나는 ‘세계인권선언문’이다. 이 선언문이 보편적인 선언으로서 인정받기까지는 많은 이들의 헌신과 노력이 있었다. 처음 8명의 초안작성 위원회가 집필을 시작했을 때, 선언문은 의도치 않게 서구 사회의 가치관을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이에 칠레, 파나마, 필리핀, 우루과이, 이집트, 인도, 레바논, 중국 등 비서구권인 국가들이 선언문에 관심을 가지고 각 문화권 사람들의 입장을 활발히 대변했다. 초안작성 위원회도 비서구권 국가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선언문의 단어와 조항 하나 하나를 놓고 1,400번이나 투표를 하는 등, 무려 2년에 걸쳐 선언문을 완성하는 데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 이들은 편의성이나 효율성을 추구하기보다 모든 인류의 생명과 인권을 보호하겠다는 마음으로 집필에 임했다. 그 덕분에 세계인권선언문은 1948년 12월 10일 파리 UN 총회에서 UN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이 되었다.

현재까지 세계인권선언문은 414개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인의 인권을 수호해주고 있다. 이처럼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의 삶과 인권에 대한 인류의 진보 안에는 고난을 무릅쓴 누군가의 희생이 있었다. 이러한 누군가의 대가 없는 희생을 잊지 않는다면, 또한 후대를 위해 희생하겠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섹션 2. 희생과 평화
과거 1940년대에는 전 세계적으로 척수성 소아마비가 유행했다. 척수성 소아마비는 근육이 점차 약화되어 팔다리와 전신에 마비가 오고 심한 경우 사망에 이르는 병이었다. 당시에는 특별한 치료 방법이 없어 전 세계가 소아마비를 두려워했다. 이런 상황에서 조너스 소크 박사는 소아마비 백신 개발에 몰두했다. 1948년부터 휴일도 없이 하루 16시간씩 연구에 몰두했으며 피나는 노력이 몇 년간 이어졌다. 그리고 1953년 11월, 마침내 1차 백신 개발에 성공했다. 하지만 당시의 상황으로는 마땅한 임상시험 대상자를 찾기 어려웠다. 소크 박사는 이에 개의치 않고 맨 처음 본인을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 이후 추가적인 임상시험 끝에 1955년, 소크 박사의 백신이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사실이 입증되었다. 이에 앞다투어 각종 제약 회사가 백신 특허권에 거액을 제시했다. 하지만 백신은 개인의 것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소크 박사는 “태양에도 특허를 낼 건가요?”라고 반문하며 백신을 무료로 배포했다. 소크 박사는 생명을 살리는 백신은 돈으로는 값을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가 있음을 분명히 알았다. 소크 박사의 희생정신과 인류애 덕분에 전 세계에 소아마비 백신이 널리 퍼져 오늘날 소아마비는 지구촌에서 거의 사라졌다. 이처럼 진정한 희생은 어떠한 대가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결과는 많은 이들을 이롭게 한다.

섹션 3. 나로부터 시작하는 희생과 평화
희생의 가치는 누군가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을 통해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시대마다 탐욕으로 부패한 사람들이 출현하고 침략과 전쟁이 벌어졌으나, 다시 세계평화를 추구할 수 있던 것은 끊임없이 평화를 위해 일하는 손길 덕분이었다. 2015년 기준으로 기업의 이익이나 정부와 관련성 없는 비정부 기구의 수는 전 세계적으로 약 천만 개다. 대가를 바라지 않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인도주의적 활동을 꾸준히 해온 사람들이 인류 역사의 선한 축이 되어 왔다. UN 자원봉사단에 따르면 전 세계 자원봉사자 수는 약 9억 7천만 명으로 추산되며, 이들이 봉사하는 시간은 1억 2천 5백만 명 이상의 정규직 근로자의 근무 시간과 맞먹는다고 한다. 그리고 자원봉사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면 1조 3,480억 달러로 세계 전체 경제의 2.4% 규모라고 추정했다. 나아가 이것은 평화와 사랑의 실천에 기여하는 시간과 결과인 만큼 그 가치는 감히 값으로 매길 수 없다. 이 외에도 지역 사회와 학교, 가정 등에서 보이지 않게 이루어지는 수많은 민간의 희생과 헌신은 평화 세계의 튼튼한 울타리 역할을 하고 있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희생은 유구한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 온 원동력 중 하나이다. 부모의 희생은 자녀를 지켰으며, 교사와 학자의 희생은 교육과 학문을 눈부시게 발전시켰고, 지도자의 희생은 수많은 위기 속에서 국가와 문명을 지켜냈다. 반면 부모의 희생이 없는 가정은 해체되었고, 교사와 학자의 희생이 없는 교육과 학문은 답보했으며, 지도자의 희생이 없는 사회와 국가는 결국 부패하고 분열되었다. 이 사실을 역사 속 수많은 문명과 국가의 발전과 번영, 퇴보와 멸망의 과정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21세기의 인류는 엄청난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전례 없는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정신문화는 도리어 쇠퇴하는 모습도 보인다. 탐욕과 이기심으로 희생의 가치가 폄하되고 흐려져 가는 세태 속에 과연 어떻게 하면 지속가능한 발전과 평화를 달성할 수 있을지 역사를 거울삼아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

작은 희생들이 모이면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힘이 된다. 물론 나 한 사람만 보면 희생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해 보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작은 빛이 모여 더 큰 빛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작은 희생정신을 모아 평화의 길을 함께 밝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