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안녕하세요. 알렉스 킴입니다. 저는 부산이라는 바다가 아름다운 도시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하는 강사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생소한 단어이지요? 먼저 미디어란 미디움이라는 말에서 나왔고 텔레비전, 영화, 유튜브, 라디오, 팟캐스트, 음악, 책, 잡지, 글, 뉴스, SNS 등과 같이 메시지와 정보를 전달하는 의사소통 도구를 의미합니다. 이 미디어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와 정보를 무조건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읽고 해석하고 제작하는 능력을 미디어 리터러시라고 합니다.

대한민국의 한 왕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약 600년 전에 대한민국은 대한민국이 아니라 조선이었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이 가장 존경하는 왕 중 하나인, 세종대왕이 있었습니다. 세종대왕이 즉위한 지 14년이 되었을 해에, 조선에 코로나처럼 전염병이 돌았습니다. 왕은 신하들을 시켜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급하지 않은 건축 공사를 즉시 중단하라는 것입니다. 그뿐만이 아니라 가난한 병자를 치료하라는 명을 내렸습니다. 그리고 신하들을 시켜 거리 상황을 살펴보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거리 상황을 살펴보고 온 신하의 보고를 듣고 세종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눈이 먼 한 여자가 먹을 것이 없어서 아이를 안은 채 거의 죽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왕은 신하에게 책임지고 쌀을 배급하라 하였습니다. 또, 전국에 의사를 각 지역에 보낼 테니 전염병에 걸리면 치료받으라는 포스터를 벽에 붙이게 했습니다. 오늘날 코로나 감염병예방법과 유사한 손을 자주 씻고, 재채기할 때 비말이 튀지 않게 하라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염병은 이어졌습니다. 왕이 신하에게 물었습니다. 병에 걸리지 않는 방법과 안내를 알려줬는데도 왜 병에 걸리는 백성이 많은 것인지 말입니다. 그러자 신하가 말하기를, 글을 읽을 줄 아는 자가 없기 때문이라고 답했습니다. 당시 조선은 조선의 말을 사용하고 있었지만 이를 기록할 글이 없어 중국의 한자를 가지고 와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중국의 한자는 조선 안에서도 최상위층만이 읽고 쓸 수 있었기에, 일반 백성들은 글을 아는 자가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아무리 전국에 안내문을 붙여도 읽고 아는 자가 없으니 전염병 예방 수칙을 지킬 수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세종대왕은 대한민국의 글자인 한글을 창제하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조선의 백성들은 이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부족했기에, 안타깝게도 전염병에 더 쉽게 노출되었습니다. 그러나 글을 읽는 것은 미디어 리터러시의 시작이 될 수는 있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그 글의 맥락을 이해하고 숨어있는 진짜 뜻을 발견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비판적인 미디어 읽기입니다. 나아가 자기 생각을 미디어를 통해 제작하는 능력까지가 미디어 리터러시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전 세계 경향
현재 미디어 리터러시는 전 세계적인 트랜드입니다. 핀란드,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해외 주요 나라들은 약 1960년대부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시작하였고, 학교 교육에도 도입하였습니다. 디지털 시대의 미디어 리터러시 개념을 나라마다 각기 조금씩 다르게 강조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책임 있고 안전하게 이용하는 것을 중요시하고 있습니다. 각 나라의 상황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미디어 리터러시는 건강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 시민들이 갖춰야 할 기본적인 소양과 덕목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디지털 사회가 되면서 다양한 주체들이 디지털 기술을 잘 활용하여 함께 살아가는 것이 중요한 시대가 되었고, 다양성, 평등 또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추구해야 할 목표와 가치로 포함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내가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이 있는가, 그리고 이 능력을 어떻게 행사하고 있는가입니다.

#가짜뉴스
코로나19 펜데믹 시대에 코로나바이러스 외에 퍼진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가짜뉴스입니다. 코로나에 대한 각종 유언비어와 불안한 미래에 대한 추측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인포데믹이라는 말도 생겨났습니다. 우리는 현재 디지털 미디어 시대에 살고 있다 보니, 스마트폰과 인터넷망을 통한 정보의 확산이 훨씬 쉽고 빨라졌습니다. 좋은 소식도 빨리 전달되지만, 가짜 뉴스도 빨리 전달됩니다. 그러나 가짜뉴스라는 말은 엄연히 말하면 틀린 말입니다. 가짜뉴스가 있다는 말은 진짜 뉴스가 있다는 말인데, 뉴스는 기자에 의해 선택되고 구성되기 때문에 100% 진짜일 수 없습니다. 그 뉴스는 기자의 주관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에 기자에 의해 선택됨으로써 100% 사실에서 멀어지게 됩니다.

가짜뉴스라는 말이 언론사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사용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도 있습니다. 또한 뉴스 외에도 다양한 형태의 거짓 정보가 존재하기 때문에 뉴스라는 말 대신 포괄적으로 정보라 칭하는 게 맞는다는 의견이 늘고 있죠. 그래서 영국 정부의 경우 공식적으로 가짜뉴스란 말 대신 허위정보라는 용어를 쓰기로 했습니다. 영국뿐 아니라, 유럽위원회에서도 그렇게 하는 것을 권장하고 있죠. 대한민국에서는 허위정보와 조작정보를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뉴스의 특징
– 뉴스 속 정보는 100% 참이다?
이처럼 분별하기 어려운 정보가 많은 미디어 환경에서 우리는 어떤 정보가 옳고 그른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가 필요한 것입니다. 뉴스를 통해 우리는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어야 합니다. 뉴스를 봤을 때 시민들의 삶이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가야 합니다. 예를 들어, 뉴스는 태풍이 올 때, 태풍으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대비하는 행동을 할 수 있도록 정보를 전달해야겠지요. 선거 기간이 되면 선거에 출마한 후보자들의 정보를 제공하여 유권자들이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투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러나 모든 뉴스가 다 유익하고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까요? 방송사나 신문사는 매일매일의 뉴스와 기사를 채워야 하는 부담이 있습니다. 모든 보도 내용을 취재와 개인의 제보만으로 채울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이나 정부의 보도자료에 의존하게 됩니다. 사실 검증이 미흡하여 의도치 않게 과장 보도나 허위 보도가 나가기도 합니다. 때로는 광고 수익 때문에 주요한 광고주에 대해 다소 우호적인 보도를 해주거나, 비판 보도를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최근 언론사들의 경영악화로 보도의 질이 낮아지고 신뢰성도 떨어진 면이 있습니다. 인터넷 뉴미디어가 언론의 역할을 대체하면서 신문사와 방송사의 경영악화가 심해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일부 신문사의 경우 돈을 받고 기사를 써주는 곳도 있다고 합니다. 이런 홍보성 기사가 늘고 있어 기사를 보는 독자들도 스스로 분별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기사라고 해서 무조건 믿을 것이 아니라 사실 여부를 한 번 더 확인해보고, 과장된 내용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은지 검증해보아야 합니다.

– 뉴스는 사실과 의견으로 구성되어 있다.
우리가 뉴스를 보기까지 어떤 과정이 있었을까요? 신문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습니다. 먼저 기자들이 언론사에 출근하여 아이템 회의를 합니다. “오늘은 무엇을 취재할까?, 이 이슈를 강조할까?, 이 사건은 취재하지 말자.” 그렇게 취재한 내용을 기사로 작성하여 신문에 배치합니다. 신문 지면의 60~70%는 스트레이트 기사로 채워져 있습니다. 스트레이트 기사는 하루 단위의 뉴스이며, 사실 위주로 작성되어야 하고, 신속하게 작성되기 때문에 기사 분량이 적습니다. 해설 기사는 사건 배경을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주로 선임 기자가 작성합니다. 기획 기사는 장기적으로 자료를 수집하고 취재하여 작성됩니다. 특집 형태로 한 면을 할애하여 작성됩니다. 사설은 독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설하는 것이며 신문사의 의견이 담겨 있습니다. 칼럼은 일명 칼럼니스트나 독자가 작성하게 되며 주관적인 의견이나 감상을 서술한 글로 기사가 아닙니다.

뉴스의 유형을 파악해야 하는 이유는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기 위해서입니다. ‘의견’을 ‘사실’로 혼동하게 되면 일방의 주장이 진실이 되어버릴 것이고, ‘사실’을 ‘의견’으로 받아들이고 해석해버립니다. 자신이 듣고 싶은 방향으로 해석하는 거죠. 뉴스를 읽고 볼 때 의식적으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해서 해석하는 훈련이 필요합니다.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는 방법은, 먼저는 한 사건에 대한 기사를 단 한 편만 보는 것이 아니라 최소 두 편 이상의 기사를 읽는 것입니다. 그러면 두 기자가 취재한 공통된 사실과 두 기자의 개인적인 의견이 다른 것을 알게 되어 사실과 의견에 대한 구분이 가능해집니다.

#뉴스 소비자, 유통자의 역할
뉴스를 만드는 사람이 있다면, 뉴스를 보고 소비하는 사람이 있고, 만들어진 뉴스를 유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디에 해당하시나요?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꼭 신문사나 방송국이 아니더라도 유튜브와 SNS를 통해 쉽게 기자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즉, 여러분은 뉴스 생산자, 소비자, 유통자가 모두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는 대부분 소비자로서 뉴스를 접하고 있고 가끔 유통자가 되기도 합니다. 한 뉴스를 보고 지인에게 “어제 이 뉴스 봤어?”라고 말하는 것이 곧 유통이 되겠지요. 또는 메신저로 뉴스 링크를 공유하는 것도 유통입니다.

사람들은 공인된 언론사의 뉴스를 믿는 것처럼 아는 지인이 공유한 것을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믿을 만한 사람이니, 그 사람이 공유하는 뉴스도 믿을 만할 거야’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공유에는 ‘이 뉴스는 내가 인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라는 인증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에 책임이 뒤따릅니다. 따라서 공유하기 전에 내가 읽고 공유할 뉴스가 사실인지, 프레이밍 된 뉴스로 치우친 관점을 갖고 있지 않은지 검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뉴스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문제가 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믿고 싶은 것을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자기 확증 편향이라고 하는데요, 자신의 의견과 같은 것은 찾아서 보고 다른 것은 멀리하는 경향성을 말합니다. 의식적으로 찾아보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경향은 무의식중에도 나오기 때문에 정보의 편향된 소비는 점점 더 강해질 수밖에 없죠. 따라서 정보 편향성을 갖고 가짜뉴스와 자극적인 뉴스를 지속적으로 소비하는 사람은 가짜 뉴스와 자극적인 뉴스 확산에 가담하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평화를 위한 미디어 리터러시
언론이라는 미디어가 없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일기예보를 보지 못해 농업과 어업에 종사하는 분들은 재산 피해뿐 아니라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할 수 있습니다. 선거 시기에 어떤 후보가 출마했는지 알지 못해 제대로 투표할 수 없습니다. 옆 동네에서 산불이 났을 때 피해를 볼 수 있습니다. 국가적인 중요한 행사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없습니다. 정보가 원활하게 공유되지 못하니 나와 다른 특성을 다진 그룹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 있습니다. 정말 안타까운 상황이 발생하겠죠? 그러니 언론이 언론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우리는 뉴스를 똑똑하게 보고 좋은 뉴스는 칭찬하고, 나쁜 뉴스를 비판하여 언론이 제 기능을 다 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합니다. 그것이 현명한 뉴스 소비자, 유통자의 역할입니다. 그러할 때 우리가 사는 세상이 한 걸음 더 발전할 수 있고, 평화의 날을 한걸음 앞당길 수 있습니다. 언론은 깨끗한 공기, 안전한 도로만큼 소중한 공공재입니다. 여러분의 미디어와 언론, 뉴스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합니다.

이제 미디어 리터러시가 무엇이지 잘 아시겠죠. 인터넷 방송, 유튜브, SNS와 같은 뉴미디어가 일상을 장악한 세상에서 어렵지 않게 가짜 뉴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이를 구분할 수 있는 능력을 스스로 갖춰야 할 시대입니다. 허위 정보를 사실이라고 받아들였던 경험이 다들 있었을 것으로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진행하였습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타당한 정보와 그렇지 못한 오류를 현명하게 지적할 수 있는 미래의 주인공인 청년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위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