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평화 네트워크 2022, 파키스탄, 알바니아

지난해 12월 17일 파키스탄과 알바니아에서 ‘종교평화 네트워크 2022’ 행사가 열렸다. 두 국가에서 각각 진행된 이번 행사에 HWPL 종교연합사무실에 참석 중인 여러 국가의 종교지도자들은 물론 일반 시민들이 참석했다.

‘종교평화 네트워크’는 전 세계 종교지도자들의 화합과 평화를 구축하고자 만들어진 것으로 세미나를 통해 각 나라 또는 지역의 종교 평화에 대한 상황을 살펴본다. 그중 종교 간에 평화를 이룬 성공 사례가 있으면 그 사례를 공유하고 배운다. 반면에 종교 간 갈등이 있으면 대화를 통해 그 지역과 상황에 맞는 평화의 메시지를 찾고 이를 발표하고자 하는 것이 세미나의 목적이다.

 

종교평화 네트워크 2022 파키스탄

 1947년 인도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후, 파키스탄 역시 종교적인 이후로 인도로부터 독립하였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공화국으로 건국되었고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무슬림들이 소수 종교인에 대한 인권 침해를 벌이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며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다.

파키스탄은 이슬람 공화국이지만 이슬람교인뿐(무슬림뿐) 아니라 기독교인, 힌두교인, 시크교인 등 다양한 종교인들이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가고 있다. 각 종교의 지도자들은 이해와 존중을 바탕으로 서로 교류하고 있으나 일반 성도들은 아직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는 정도의 의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이번 행사에서 이슬람교, 기독교, 시크교 공동체의 고위 인사들이 만나 ‘파키스탄에서 평화로운 다종교 대화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는 주제로 대화를 나누었다. 샤바즈 만즈 파키스탄 라호르교육대학 이슬람 학과장과 타히르 나비드 처더리 파키스탄 소수연합 회장, 칼리안 싱 칼리안 라호르국립대학 교수가 참석해 발제하였고 파키스탄과 한국에서 청중 70여 명이 참석했다.

샤바즈 만즈 파키스탄 라호르교육대학 이슬람 학과장은 “파키스탄은 이슬람 가르침을 기반으로 탄생한 국가이다. 하지만 이것이 파키스탄은 무슬림만을 위한 국가라는 뜻은 아니다.”며 파키스탄 내 다른 소수 종교들이 헌법에 따라 존중받아야 한다고 이야기하였다.

타히르 나비드 처더리 파키스탄 소수 연합회장은 “HWPL이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평화를 이룬 사례와 같이 지속적으로 큰 평화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DPCW와 같은 탄탄한 문서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생각된다. 이 문서를 따르는 것이 파키스탄 내에서 평화의 문화를 만드는 방법이다.”고 하였다.

HWPL은 “종교 간 평화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대화의 문화’가 필요하며, 다양한 종교가 서로 존중하며 자유롭게 대화할 때 파키스탄이 다른 선진국과 동등한 사회-문화적 수준을 보장받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였고 참석자들은 이에 동의하였다.

세 명의 발제자는 파키스탄 내 종교 간 대화가 지금보다 훨씬 더 활발해져야 한다는 것에 뜻을 함께하여 2023년에는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파키스탄의 종교 간 대화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종교평화 네트워크 2022 알바니아

알바니아가 위치한 발칸반도는 유럽의 화약고라고 불리는 곳이다. 역사적으로 동서양이 만나 여러 민족, 문화, 종교가 얽혀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지역이다. 현재까지도 민족 간, 종교 간에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알바니아는 발칸반도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종교 간 평화를 유지해오고 있다. 이번 ‘종교평화 네트워크’ 행사에 알바니아 종교계의 고위급 인사들이 초대되어 그 비결을 공유하였고 알바니아, 크로아티아, 포르투갈, 미국, 한국 등 세계 각지에서 75명의 청중이 참석하였다.

겐티 크루야 알바니아 다종교대화협의회 사무총장은 “여러 도시화된 사회에서 종교 간 갈등은 사회, 정치, 종교, 심리, 문화 등 여러 분야에서 주요한 문제이다. 수 세기 동안 만들어진 알바니아의 종교적 관용은 앞으로도 사람들의 유전적 사고방식 안에서 보존되고 유지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발제를 통해 전했다.

그는 또한 알바니아 내 다섯 개 종교 -가톨릭, 정교회, 유대교, 수니파 이슬람, 벡타시 이슬람- 가 역사적으로 어떻게 평화문화를 만들어 왔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를 보여주었다. 나치 점령 당시 다른 종교인들이 모두 유대인을 도운 이유로 세계 2차대전 발발 전보다 후에 오히려 유대교 인구가 늘어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는 그의 설명에 청중들은 매우 놀랐다.

루이지 밀라 유럽 정의와종교위원회 대표는 “종교 간 관계 강화는 공헌, 협력, 상호 존중을 통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하며 종교 간 대화의 가치를 중시하는 HWPL의 취지에 깊은 공감을 보였다. 아르벤 슐레이마니 북마케도니아 벡타시공동체 대표는 “알바니아는 공산주의 체제에서 어려운 시간을 보냈지만, 종교의 조화와 평화, 그리고 민족의 단결을 통해 나라를 일으켜 세웠다. 우리는 항상 이웃을 돕는 데 최선을 다한다.”고 설명했다.

크로아티아계, 보스니아계, 세르비아계 주민들이 섞여 있는 다른 국가들과는 다르게 알바니아는 비교적 알바니아 민족의 비율이 높은 국가이다. 또한 이슬람교의 비율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그 때문에 알바니아의 케이스는 어쩌면 다른 발칸 국가에는 적용할 수 없을 정도로 특이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종교 간 관용과 대화의 문화는 특정한 조건에 따라 결정해야 하는 것이 아닌, 모든 상황에 선행되어야 하는 절대적인 가치를 지니는 것이다. 이번 종교평화 네트워크 2022 알바니아 행사에 참석한 모든 참석자 또한 이에 동의하였다.

2023년에는 발칸지역의 다른 국가에서 종교평화 네트워크 행사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때 세 명의 발제자 또한 적극적으로 협력하여 발칸지역에 종교평화 문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돕기로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