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교재 10과 선조들의 유산을 보존하려는 노력

섹션 1. 유산의 보존과 활용
유산에는 집단의 고유한 정신과 문화, 역사가 녹아 있다. 유산은 집단의 정체성이 응집된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유산을 통해 사람들은 나는 누구이며, 어디에서 왔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등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답을 찾는다. 유산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이어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한 예로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를 살펴보자. 앙코르와트는 15세기에 멸망한 크메르 왕국이 당시에 얼마나 거대한 제국이었는지를 확인해준다. 1860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 무오는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뒤 “솔로몬 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뛰어난 조각가가 새긴 듯하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 로마인이 세운 것보다도 더 장엄하다.”고 말했다. 최근의 항공 레이저 측량 결과와 발굴 데이터에 따르면 13세기 앙코르 유적과 그 주변에 90만 명 정도의 인구가 거주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당시 파리나 런던 같은 대도시의 인구가 10~20만 명이었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크메르 제국이 얼마나 강대했는지를 미루어 짐작해볼 수 있다. 20세기 후반, 캄보디아는 수십 년 동안 내전을 겪었지만, 내전으로 인한 물리적·경제적·인적 파괴를 극복할 수 있는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앙코르와트였다. 앙코르와트의 복원 및 보존 사업을 통해 분열되었던 민심을 모을 수 있었고, 자랑스러운 국민이라는 자의식도 가질 수 있었다. 이렇게 앙코르와트는 과거의 크메르 제국과 현재의 캄보디아를 이어주는 동시에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도약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섹션 2. 유산과 평화
유네스코는 전쟁과 폭력의 아픈 기억을 상기시키는 장소를 세계유산으로 등재함으로써 회복과 평화의 발판을 마련하고 있다. 1979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아우슈비츠 비르케나우 독일 나치 강제 수용소 및 집단 학살 수용소(1940~1945)’를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이곳은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학살을 증명하는 장소로서 보존 가치를 인정받았다. 1996년에는 일본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원폭 돔)’을 세계유산 목록에 등재했다. 히로시마 평화기념관은 1945년 8월 6일 히로시마에 원자폭탄에 떨어졌을 때 유일하게 남겨진 건물로, 지금도 폭발 직후의 모습이 온전하게 보존되어 있다. 이곳을 방문한 사람들은 핵무기의 위력과 참상을 직접 보고, 핵무기의 완전한 폐기와 세계평화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1978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세네갈의 ‘고레섬(Island of Gorée)’은 15세기~19세기에 아프리카 연안에서 가장 큰 규모의 노예무역 중심지로, 인류 역사상 가장 비극적인 사건 중 하나인 아프리카 노예무역을 상기시키는 곳이다. 1999년에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로벤섬(Robben Island)’은 넬슨 만델라가 거의 20년간 구금되었던 장소로 유명하다. 이 섬은 20세기 아파르트헤이트 정권하에 정치범을 수용했던 곳으로, 억압과 인종차별에 저항하여 민주주의가 승리를 거둔 사실을 증명하는 곳이다. 인류 역사의 고통스러운 장면을 간직한 이 장소들은 전쟁과 차별에 대항하는 보루 역할을 하며, 더욱 평화로운 미래를 만들기 위한 역사적 교훈을 준다.

섹션 3. 최고의 유산인 세계평화
제1,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목격한 인류는 더 이상 전쟁을 영웅적인 사건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전쟁에 대한 부정적 인식의 확산에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위력의 무기들 곧 핵폭탄, 항공모함, 전투기, 탱크 등의 등장, 언론과 미디어의 발달로 인한 빠른 전쟁 소식의 공유, 그리고 인류 역사상 가장 고취된 인권 의식 등이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이전과는 달리 종교계, 예술계, 과학계 등 각계각층에서 시민의 입장을 대변하며 전쟁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쏟아내었다. 결국 평화에 대한 세계적 공감대는 전쟁 방지와 평화 유지를 위한 국제기구 UN을 출범시켰다. ‘세계인권선언’과 ‘UN 헌장’을 기초로 75년간 이어온 UN 체제는 국제 질서 확립과 세계평화에 더없이 크게 이바지했다. 그뿐만 아니라 많은 비정부기구가 평화의 눈과 귀가 되어 세계 구석구석에서 벌어지는 분쟁을 공론화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지구촌에는 평화의 사각지대가 존재하며, 현재 진행 중인 분쟁의 해결은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다. 세계평화는 인류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세계평화는 새로운 문화를 꽃피우고 지속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한 원천이다.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21세기의 인류가 세계평화를 이루기 가장 좋은 때를 맞이했다는 데에는 이견을 찾아보기 어렵다. 하지만 위협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21세기의 인류는 핵전쟁으로 다 같이 자멸할 수도 있고, 세계평화를 이루어 지속가능한 발전에 돌입할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서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전쟁과 고통을 물려주느냐, 평화와 번영을 물려주느냐, 선택은 현재의 우리에게 달려있다.

유산은 그 안에 담긴 공동체의 고유한 정신, 문화, 가치관, 역사 등으로 인해 값으로 매길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이미 특수한 역사적 상황과 그 시대의 문화를 반영해 만들어진 유산은 무엇으로도 대체 불가능하며, 공동체의 정체성 형성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또 유산은 과거와 현재가 단절되지 않도록 연결해주는 매개체이자, 지속가능한 발전을 촉진하여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가게 하는 발판이 된다. 유산의 중요성을 인식한 각국 정부는 유산 보존을 위한 정책적, 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유산의 보존과 인류의 평화는 직결된 문제라는 진일보한 인식을 바탕으로 세계유산의 지정과 보호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인류와 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세계평화는 가장 넓은 범위의 유산이자, 우리가 후대에 물려줄 수 있는 최고의 유산이다. 현재의 인류는 역사상 세계평화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인류가 이 기회를 놓치고 또다시 핵무기와 최신 장비를 동원한 전쟁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간다면, 회복 불가능한 공멸의 길에 들어서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최고의 유산인 세계평화를 반드시 이루어 후대에 영원한 유산이 되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