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세계를 위한 기록과 문화, ‘평화박물관’

 

‘평화’라는 단어가 보편적인 단어로 전 세계에서 사용되고 있다.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상 유례없는 대량 파괴의 경험과 지구촌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량살상무기의 등장으로 인류는 자신들의 존재에 큰 위기가 될 만한 위협을 느꼈고 평화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되었다.

국제기구와 정부 및 시민사회는 평화의 가치와 숭고함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이를 보전하기 위해 사회 전반에 걸쳐 평화가 하나의 의식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 가운데 특히 주목할만한 것이 하나 있는데 바로 평화를 주제로 한 박물관이다. 세계 곳곳의 이러한 박물관은 갈등과 분열의 역사를 청산하고 민주주의, 인권, 정의 등의 가치관을 심는 등 평화를 교육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프랑스 캉 기념관 (Mémorial de Caen, France,
http://normandy.memorial-caen.com/)

프랑스 캉(Cean)에 위치한 캉 기념관(The Caen Memorial Museum: Center for History and Peace)은 세계대전에서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고 전쟁의 참상을 돌아보기 위한 취지로 1989년 설립되었다. 이곳에는 전쟁에 대한 기록뿐 아니라 평화를 염원하는 다양한 예술작품 및 전쟁의 희생자를 기리는 작품 등을 전시하고 있다. 특히, 일반적으로 전쟁기념관이 정의와 승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캉 기념관은 전쟁의 야만성과 그것이 초래한 비인간성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프랑스전쟁의 역사를 넘어 민간인 학살, 군인들의 삶 등 전쟁으로 인해 일상이 어떻게 파괴되는지에 대해 사실적으로 보여 주고 있다.

독일 라이프치히 박물관 (Zeitgeschichtliches Forum, Germany,
https://www.hdg.de/en/zeitgeschichtliches-forum/ )

독일은 전쟁 중 드러나는 인간의 잔인함과 오류에 대해 반성하고 인간성 회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99년 개관된 독일의 라이프치히 박물관(Zeitgeschichtliches Forum)은 독재와 저항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시민들과 정치인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시를 구성하고 있다. 이밖에 토론, 강연, 영화제 등 시민들이 참여하고 토론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캐나다 인권박물관 (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 Canada,
https://humanrights.ca/ )

캐나다는 다문화주의를 법령으로 제정하고, 민족과 문화의 다양성 가운데 공존을 모색하는 실험을 해오고 있다. 캐나다 매니토바주 위니펙에 위치한 캐나다 인권 박물관(Canadian Museum for Human Rights)은 캐나다의 150년 인권 투쟁의 역사 외에도 넬슨 만델라의 자유를 위한 투쟁, 인종차별에 항거한 여성운동, 난민 전시 등과 같은 세계 여러 곳에서 있어진 평화와 정의를 위한 노력의 발자취를 소개하고 있다. 아름다운 건축물로도 의미가 있는 캐나다의 인권박물관은 지역사회의 학생들과 교사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많은 방문자를 유치하고 있다.

루마니아 블체아 평화박물관 (Peace Museum Valcea Romania,
http://www.peacemuseumvalcea.eu/peace-museum-valcea )

2018년 1월 개관한 루마니아 블체아 평화박물관 (Peace Museum Valcea Romania)은 평화와 분쟁에 대한 연구 후 평화교육을 효과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해 설립되었다. ‘평화 없이 발전이 없고, 발전 없이 인권이 없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블체아 평화박물관은 학생들을 대상으로 폭력, 테러리즘 등을 해소하고 평화에 대한 인식을 함양하는 평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캄보디아 평화박물관 (Cambodia Peace Museum,
http://cambodiapeacemuseum.org/)

권위주의 정부에 의한 대학살로 오랜기간 갈등을 겪어온 캄보디아에 2018년 10월 평화 구축을 위한 학습과 평화 사업의 장으로써 캄보디아 평화박물관(Cambodia Peace Museum)이 개관되었다. 과거 지식인에 대한 탄압으로 인해 현재 캄보디아는 사회를 이끌어갈 지도자들이 부족하여 사회를 재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아직 공교육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캄보디아에서 평화박물관은 미래의 주역인 청년들에게 캄보디아의 현대사를 비추어 화해와 통합의 리더십을 교육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아시아아프리카회의 박물관 (MUSEUM OF THE ASIAN-AFRICAN CONFERENCE (Museum KAA), Indonesia,http://asianafricanmuseum.org/en/museum-kaa/)

1955년 냉전으로 고착화된 이념적 갈등과 극한 대립으로 인한 전쟁의 현실 속에서 반둥회의라고도 불리는 대규모의 아시아아프리카 회의가 인도네시아에서 열렸다. 이 회의는 국가들이 냉전 진영에 속하지 않은 상태로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 가진 회의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다. 이를 기념하여 세워진 박물관이 인도네시아 아시아아프리카회의 박물관이다. 박물관은 일국의 정치적 입장을 넘어 세계평화와 국제협력의 근본 원칙을 수호하고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공동 발전을 시도했던 역사를 기념하기 위해 설립됐다. 더불어 미래 지향적이고 평화적인 국가관계, 문화발전 및 청년세대 교육 등을 지원하고 있다.